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이자를 받는 사람들 | 디파이의 세계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금융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암호화폐 시장에는 은행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돈을 빌려주거나, 자산을 맡기고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코인을 예치해 수익을 얻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코인을 거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습니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이상합니다.
은행도 없는데 누가 이자를 주는 걸까요? 그리고 그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코인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넘어, 우리가 알고 있던 금융과는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그 중심에 디파이(DeFi)가 있습니다.
은행은 우리에게 왜 이자를 줄까?
디파이를 이해하기 전에 은행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은 그 자금을 대출이나 다른 금융 활동에 활용합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자를 내고, 은행은 자금 조달 비용과 운영비, 위험 등을 고려해 예금자에게 이자를 지급합니다.
물론 실제 은행의 수익 구조는 더 복잡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이자는 아무 이유 없이 생겨나는 돈이 아니라, 자금을 사용하는 경제 활동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은행이 맡았던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할 수는 없을까요?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과 빌려주고 싶은 사람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된다면 어떨까요?
디파이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은행이 없어도 돈을 빌리고 빌려줄 수 있다면
디파이(DeFi)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줄임말입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담당하던 일부 기능을 블록체인과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하려는 금융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코인을 빌리고 싶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은행에서는 대출 심사를 받고, 은행이 정한 조건에 따라 돈을 빌립니다. 반면 디파이에서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의 규칙에 따라 다른 암호화폐를 빌릴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에서 정해진 조건에 따라 실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자산을 예치하거나 빌리고, 담보 비율을 확인하고, 이자를 계산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은행 직원이 일일이 거래를 승인하지 않아도 금융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디파이 서비스가 완전히 탈중앙화되어 있거나 사람의 개입 없이 운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운영 주체가 일부 권한을 보유하거나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변화는 분명합니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전통적인 은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디파이의 기본 개념과 블록체인 구조가 궁금하다면 기존 글 「DeFi란? | 코인을 맡기면 보상은 어디에서 나올까」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디파이에서는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보상을 지급할까?
디파이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은 하나가 아닙니다.
겉으로는 모두 코인을 맡기고 보상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금이 사용되는 목적과 보상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다릅니다.
1. 렌딩: 코인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렌딩(Lending)은 자산을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1,000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당장 사용할 계획이 없다면 디파이 대출 서비스에 예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B라는 사람은 보유한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을 빌립니다.
B가 대출 이자를 지급하면 그중 일부가 A와 같은 자금 공급자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은행 대출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은행 대신 스마트 컨트랙트와 자금 풀이 거래를 처리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자율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자금 공급이 줄어들면 이자율이 올라갈 수 있고, 반대 상황에서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
즉, 렌딩 수익의 주요 원천은 실제로 돈을 빌린 사람이 지급하는 이자입니다.
2. 스테이킹: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다
스테이킹(Staking)은 조금 다릅니다.
이더리움처럼 지분증명(PoS) 방식을 사용하는 블록체인에서는 참여자가 암호화폐를 스테이킹해 네트워크의 거래 검증과 보안 유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네트워크에서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접 검증자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사람의 자산을 모아 참여하는 스테이킹 풀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받는 보상은 은행 예금 이자나 대출 이자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돈을 빌려준 대가가 아니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운영과 보안에 기여한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테이킹 자체는 반드시 디파이 서비스인 것은 아닙니다. 블록체인의 기본 기능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디파이 프로토콜을 통해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더리움의 실제 스테이킹 방식은 이더리움 공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유동성 공급: 다른 사람의 거래를 돕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번에는 코인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거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에는 서로 다른 코인을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합니다.
일부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는 사람들이 특정 코인들을 유동성 풀에 예치하고, 다른 이용자들이 그 풀을 이용해 코인을 교환합니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일부는 유동성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분배될 수 있습니다.
가령 ETH와 USDC를 함께 예치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풀을 이용해 ETH와 USDC를 교환하면 거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유동성 공급자는 자신이 참여한 풀의 규칙에 따라 수수료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가 많다고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두 자산의 가격이 크게 달라지면 단순히 코인을 보유했을 때보다 자산 가치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이라고 부릅니다.
유동성 공급은 은행 예금보다 시장 거래에 직접 참여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탈중앙화 거래소의 구조는 「DEX란? | 거래소 없이 코인을 바꾼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에서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 20%, 50%라는 수익률은 어디에서 나올까?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흥미로워집니다.
은행 예금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높은 수익률이 디파이 서비스에서는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연 20%는 물론이고, 때로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숫자를 제시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파이는 은행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이런 수익률을 지급할 수 있는 걸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높은 수익률에는 서로 다른 이유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대출 수요가 높아 이자율이 올라간 경우도 있고, 거래량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커진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새로 발행한 토큰을 참여자에게 추가 보상으로 나눠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출 이자나 거래 수수료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급하는 돈에서 발생합니다. 반면 새로 발행한 토큰을 지급하는 방식은 보상 수량이 많더라도 그 토큰의 시장 가치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0개의 토큰을 맡겨 1년 뒤 150개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토큰 수량은 50%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토큰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면 전체 자산 가치는 오히려 감소합니다.
코인을 더 많이 받는 것과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디파이에서 표시되는 APY(연간 복리수익률) 역시 미래 수익을 보장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토큰 가격과 보상률, 재투자 조건 등이 바뀌면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도 높은 보상이 만들어내는 기대를 경험했습니다
저 역시 과거 DRIP이라는 디파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DRIP은 하루 1%라는 높은 보상 구조를 내세웠습니다. 처음에는 10달러대였던 토큰 가격이 200달러에 가까워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일부를 중간에 인출하기도 했지만,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남아 있던 토큰의 가치는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 경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면에 표시되는 보상과 실제 자산 가치 사이의 차이였습니다.
매일 보상이 쌓이는 것을 보면 자산이 계속 늘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보상으로 받는 토큰의 가격이 하락하면 그 숫자는 실제 수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모든 디파이 서비스가 실패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DRIP과 일반적인 렌딩, 네트워크 스테이킹은 수익이 만들어지는 구조부터 다릅니다.
다만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든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보상은 실제로 어디에서 나오고,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
당시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느꼈던 점은 「여러 코인 프로젝트를 겪으며 배운 것 | 수익과 지속 가능성은 왜 다른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은행 예금과 비슷하게 자산을 맡기는 화면이라도 보호와 위험은 다릅니다. 디파이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 담보 청산, 인출 유동성, 토큰 가격 하락을 따로 고려해야 합니다. 보상 출처를 확인하는 일과 내 자산이 보호되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모두 필요합니다. 금융 기능과 위험의 구분은 DeFi란? | 코인을 맡기면 보상은 어디에서 나올까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디파이를 사용할까?
위험이 적지 않은데도 디파이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디파이의 가능성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디파이의 더 흥미로운 부분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는 방식의 변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금융에서는 계좌를 만들고,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거래합니다.
디파이에서는 호환되는 암호화폐 지갑을 연결해 금융 서비스에 직접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에서는 별도의 은행 계좌 없이 자산을 교환하거나 담보대출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개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와 스마트 컨트랙트의 작동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물론 거래 기록이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나 운영 구조가 자동으로 투명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디파이가 제시하는 변화는 은행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은행이 제공하던 금융 기능 중 일부를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과정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금융은 어떻게 달라질까?
은행 없이 이자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낯설게 들립니다.
하지만 그 구조를 하나씩 살펴보면 전혀 새로운 원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자금을 빌리고 이자를 지급합니다. 누군가는 거래를 위해 수수료를 냅니다. 또 누군가는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보상을 받습니다.
기존 금융에도 존재하던 경제 활동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물론 디파이가 앞으로 얼마나 널리 사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기술적 취약점과 이용자 보호, 규제, 실제 수익의 지속 가능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디파이가 던지는 질문은 흥미롭습니다.
돈을 맡기고, 빌리고, 교환하는 일을 반드시 금융기관만 제공해야 할까요?
디파이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입니다.
높은 수익률보다 그 뒤에서 실제로 어떤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지 살펴볼 때, 디파이는 단순한 코인 투자 상품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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