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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QR로 돈을 보내는데 왜 암호화폐도 성장할까? | UPI가 보여주는 디지털 결제의 미래

읽는 시간 약 15분

길거리 노점에서도 QR 결제를 하는 나라

인도의 길거리에서 차이(Chai) 한 잔을 구매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금을 꺼내는 대신 가게에 놓인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합니다. 금액을 입력하고 결제를 승인하면 끝입니다.

이런 방식은 인도의 작은 상점과 노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UPI(Unified Payments Interface)라는 결제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암호화폐 이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 지수에서는 종합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미 빠르고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갖춘 나라에서 왜 암호화폐도 성장하는 걸까요?

UPI와 암호화폐가 해결하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UPI는 기존 은행 계좌의 돈을 편리하게 이동시키고, 암호화폐는 투자와 디지털 자산 보유, 국경 간 자산 이전, 블록체인 기반 금융 등 다른 수요를 충족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가능성을 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디지털 결제가 빠르게 확산된 환경 자체가 새로운 금융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인도의 UPI는 얼마나 많이 사용될까?

UPI는 인도국립결제공사(NPCI)가 운영하는 실시간 결제 인프라입니다.

은행 계좌를 연결한 결제 앱으로 상대방에게 돈을 보내거나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계좌 정보를 매번 입력하지 않아도 QR코드나 UPI ID를 통해 거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UPI가 새로운 화폐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UPI를 통해 이동하는 돈은 기본적으로 인도의 법정화폐인 루피(INR)입니다. UPI는 은행과 결제기관을 연결해 돈이 이동하도록 돕는 시스템입니다.

한 달에 240억 건이 넘는 거래

인도국립결제공사의 UPI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6년 9월 UPI 거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 거래 건수: 약 240억 6,838만 건
  • 거래 금액: 약 29.37조 루피
  • 하루 평균 거래 건수: 약 8억 건

이 수치는 UPI가 일부 기술 애호가만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인도 경제의 일상적인 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거래 건수가 곧 이용자 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여러 번 결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월간 240억 건이 넘는 거래가 처리된다는 사실은 인도의 디지털 결제가 얼마나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 정도로 편리한 시스템이 있다면 일상적인 국내 결제를 위해 굳이 암호화폐를 사용할 이유는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암호화폐 시장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인도는 왜 암호화폐 채택 지수에서 1위일까?

체이널리시스의 2025년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 지수에서 인도는 종합 1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개인의 중앙화 거래소 이용, 전체 중앙화 서비스 거래, 탈중앙화 금융(DeFi), 기관 활동을 평가한 네 가지 세부 지표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이 순위를 인도 사람들이 암호화폐로 물건을 가장 많이 구매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해당 지수는 블록체인 거래 가치와 서비스 이용 활동 등을 추정하고, 국가별 소득 수준과 인구 규모 등을 반영해 계산합니다. 실제 상점 결제 횟수나 암호화폐 보유 인구의 비율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인도의 암호화폐 이용은 어디에서 발생하는 걸까요?

1. 투자와 거래에 대한 관심

UPI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것은 목적이 다릅니다.

UPI는 이미 가지고 있는 루피를 지불하는 수단입니다. 반면 암호화폐는 가격 상승을 기대해 투자하거나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체이널리시스의 2025년 아시아·태평양 암호화폐 보고서는 인도 청년층의 암호화폐 거래와 추가 소득 기회에 대한 관심을 시장 성장의 배경 중 하나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거래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이 실제 투자 수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가격 변동이 큰 자산에서는 손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해외 송금과 국경을 넘는 자산 이동

인도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이 많고, 국제 송금 수요도 큰 나라입니다.

UPI가 국내 결제에 편리하다고 해서 세계 모든 국가로 자유롭게 돈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해외 결제망과 연결되고 있지만 지원 국가와 금융기관, 거래 유형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반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을 넘어 디지털 자산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로 저렴하고 편리하게 송금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현지 통화로 환전하는 과정과 수수료, 가격 변동, 국가별 규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암호화폐 송금의 구조와 한계는 왜 어떤 나라에서는 암호화폐가 송금 수단이 될까?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3.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일부 이용자는 암호화폐를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자산을 교환하거나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은행 계좌 사이에서 돈을 이동시키는 UPI와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반 금융이 기존 금융보다 반드시 안전하거나 효율적인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 계약 취약점과 자산 손실, 규제 위험도 존재합니다.

UPI가 오히려 암호화폐 성장의 발판이 되었을까?

여기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기존 기술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암호화폐 역시 처음에는 은행과 기존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이미 잘 작동하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과 암호화폐 시장이 함께 성장했습니다.

어쩌면 UPI의 확산이 암호화폐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돈을 보내고, 금융 앱을 설치하고, 디지털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끼는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이널리시스 역시 인도의 암호화폐 시장을 설명하면서 발달한 핀테크 생태계와 UPI의 광범위한 보급을 중요한 배경으로 언급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UPI가 암호화폐 이용을 직접 증가시켰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두 시장이 성장한 데에는 스마트폰 보급, 인터넷 접근성, 젊은 이용자층, 금융 서비스 수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오디너리랩의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디지털 금융에 익숙해지는 경험 자체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만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사용해 본 경험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사례는 기존 금융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금융 기술의 등장과 반드시 충돌하지는 않는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UPI와 암호화폐는 서로 경쟁하는 기술일까?

두 기술은 종종 디지털 결제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이지만, 기본적인 성격부터 다릅니다.

구분UPI암호화폐
기본 성격실시간 결제 인프라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주요 자산인도 루피BTC, ETH, 스테이블코인 등
거래 구조은행·결제기관 연결블록체인 및 관련 서비스
주요 활용계좌 이체, 상점 결제투자, 자산 이전, DeFi 등
가격 변동루피 금액으로 결제자산에 따라 다름
주요 제약결제망 지원 범위변동성, 수수료, 규제, 보안

여기서 UPI는 결제 시스템이고 암호화폐는 자산이라는 차이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둘을 완전히 같은 기준에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한 상점에서 100루피짜리 상품을 구매한다면 UPI는 매우 편리한 선택입니다. 별도의 암호화폐 환전 과정 없이 루피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가격이 계속 변하는 암호화폐로 결제한다면 환율과 네트워크 수수료, 상인의 자산 수취 및 환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 문제를 줄이도록 설계됐지만 발행사 위험과 규제, 환전 문제까지 없애지는 못합니다.

결국 암호화폐가 일상적인 결제에서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려면 이용자와 상인이 새로운 수단을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암호화폐 이용 1위인데 인도 정부는 왜 규제를 강화했을까?

인도의 또 다른 특징은 암호화폐 이용이 활발하다고 해서 정부 정책까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도는 가상디지털자산(VDA) 관련 소득에 높은 세율을 적용해 왔습니다.

인도 소득세법 제115BBH조에 따르면 일정한 가상디지털자산의 이전으로 발생한 과세 대상 소득에는 30% 세율이 적용됩니다. 별도의 부가세 성격인 세스(cess)와 할증세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소득세법 제194S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가상디지털자산 이전 대가에 대해 1% 원천징수(TDS)를 규정합니다.

두 제도는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를 매도해 1만 루피의 과세 대상 이익이 발생했다면 기본 30% 세율을 적용한 세액은 3,000루피입니다. 실제 세액은 추가 세금과 개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1% TDS는 일정한 거래 대가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미리 원천징수하는 제도입니다. 최종적으로 부담할 소득세가 거래금액의 1%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러한 제도는 암호화폐 거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도는 암호화폐 채택 지수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 이용이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 정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거래가 활발하다는 사실만으로 이용자들이 규제에 만족한다거나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됐다고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이미 UPI가 있는데 인도는 왜 디지털 루피까지 만들까?

인도의 디지털 금융을 살펴보면 한 가지 기술이 더 등장합니다.

바로 디지털 루피(e₹)입니다.

디지털 루피는 인도 중앙은행인 RBI(Reserve Bank of India)가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입니다.

비트코인처럼 민간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암호화폐와 다르고, 기존 은행 계좌를 연결하는 UPI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RBI의 디지털 루피 공식 FAQ에 따르면 디지털 루피는 실제 루피 지폐를 디지털 형태로 구현한 중앙은행 발행 화폐입니다.

은행 등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지갑에 보관하고 사람 사이에 돈을 보내거나 상점에서 결제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UPI가 있는데 디지털 루피는 왜 필요할까요?

핵심은 돈을 이동시키는 방식과 돈 자체의 형태가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UPI는 주로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이동시키는 결제 인프라입니다. 반면 디지털 루피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지갑에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RBI는 디지털 루피를 통해 현금의 디지털 대안과 새로운 결제 기능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두 시스템을 연결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도국립결제공사는 2023년 디지털 루피와 UPI QR코드의 상호운용성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루피 지갑 이용자가 기존 UPI QR코드를 스캔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됐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모든 상점이 별도의 결제 인프라를 처음부터 구축할 필요는 없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디지털 루피는 여전히 도입과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실험 및 발전 과정에 있으며, 기존 UPI를 완전히 대체한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인도가 보여주는 디지털 결제의 미래

인도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디지털 금융 기술이 존재합니다.

은행 계좌를 연결해 빠르게 결제하는 UPI, 투자와 자산 이전 등에 활용되는 암호화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루피입니다.

세 기술은 출발점과 운영 구조가 다릅니다.

하지만 이용자의 관점에서는 모두 돈을 보관하거나 이동시키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어느 한 기술이 다른 기술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UPI처럼 이미 널리 사용되는 결제망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연결하거나,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이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실제로 확대되려면 금융 규제, 소비자 보호, 환전 편의성, 보안과 시스템 간 호환성이라는 조건을 해결해야 합니다.

인도의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것입니다.

새로운 금융 기술의 미래는 반드시 기존 기술을 없애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미 작동하는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새로운 필요를 해결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인도뿐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UPI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을 사용하나요?

아닙니다. UPI는 은행과 결제기관을 연결하는 실시간 결제 인프라입니다. 비트코인처럼 공개 블록체인에서 거래를 처리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인도는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나요?

인도의 암호화폐 거래와 보유 활동이 존재한다고 해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의 법정화폐는 루피이며, 암호화폐에는 별도의 세금과 규제 체계가 적용됩니다.

디지털 루피와 스테이블코인은 같은 것인가요?

아닙니다. 디지털 루피는 인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민간 발행자가 특정 통화나 자산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한 디지털 자산입니다. 발행 주체와 법적 성격, 위험 구조가 다릅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10월 13일

※ 오디너리랩은 독립적인 정보 미디어입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국가별 결제 정책과 암호화폐 관련 규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금융 거래 전에는 해당 국가의 공식 자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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